조선 후기 혼란한 사회 속에서 태동한 동학은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백성의 삶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상이자 운동이었습니다. 1차 동학농민운동은 탐관오리의 수탈, 외세 침탈, 사회적 불평등에 맞선 민중의 자발적 투쟁으로 조선 후기를 뒤흔든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동학의 핵심 사상과 1894년 1차 농민운동의 배경, 전개, 역사적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람이 하늘이다, 민중 속에서 싹튼 동학
19세기 조선은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른 시대였습니다. 오랜 세도정치 아래서 부패한 관료제는 백성의 고통을 외면했고, 삼정의 문란(전정, 군정, 환곡)은 농민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아갔습니다. 거기에 외세의 침투가 본격화되며 조선은 내부적으로는 무능하고 외부적으로는 무방비한,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1860년, 최제우라는 인물이 ‘동학(東學)’이라는 새로운 사상을 창시하게 됩니다. 그가 내세운 핵심 사상은 “인내천(人乃天)”은 곧,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철학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유교 중심 질서에서 천하게 취급되던 백성들에게 처음으로 “당신도 존엄한 존재”라는 인식의 틀을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동학은 유불선의 교리를 통합하고, 민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되었기에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신앙 운동이었던 동학은 점차 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집단적 움직임으로 변화하여 갔습니다. 교조 최제우는 체포되어 처형되었지만 그의 뒤를 이은 최시형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교리와 조직을 더욱 체계화하며 전국적 확산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동학은 신분과 성별을 초월한 평등사상, 자주적 민족의식, 인간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조선 민중의 정신적 기반이 되었고 이 사상이 현실 속 운동으로 불붙게 되는 순간이 바로 1894년의 1차 동학농민운동이었습니다.
2. 1894년 1차 동학농민운동, 분노가 깨어나다
동학농민운동은 단순한 경제적 불만의 폭발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수십 년간 쌓여온 조선 민중의 울분이 조직적으로 표출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1894년 전라도 고부에서 탐관오리인 고부군수 조병갑의 부정과 착취가 극에 달하자 이에 항거한 농민들이 전봉준을 중심으로 봉기하게 됩니다. 전봉준, 그는 단순한 무장 세력이 아닌 동학사상을 토대로 ‘민중의 세상’을 꿈꾸던 혁명가였습니다. 1차 동학농민운동의 주요 요구는 분명하고 단순하였습니다. 탐관오리 숙청, 부패한 관리 처벌, 백성의 권리 회복 그리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정치 질서 수립, 이를 위해 그들은 폐정개혁안 12조를 만들어 발표하였고 이는 당시 백성들이 얼마나 명확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서입니다. 농민군은 빠르게 고부를 장악한 뒤 남원·전주 등 주요 지역으로 진출하며 세력을 확대합니다. 마침내, 전주성까지 점령하게 되자 조정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관군을 파견하고, 일본과 청나라의 병력까지 조선 땅에 끌어들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과정에서 농민군은 전주화약을 통해 일시적으로 조정과 타협하고 집강소를 설치하여 자치 행정을 시도하는 등 '저항 그 이상의 정치적 실험'을 전개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외세가 본격 개입하면서 1차 동학농민운동은 방향성을 잃게 되고 2차 무장 투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비록, 1차 동학농민운동은 정권을 바꾸지는 못하였지만, 조선 민중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는 명실상부한 ‘민중 혁명의 서막’이자 조선 사회의 새로운 자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3. 백성의 이름으로 외친 첫 혁명, 그 정신을 기억하며
1차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하였지만 그 의미는 단순히 ‘진압당한 반란’으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이는 조선 50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백성이 스스로의 권리를 외치고 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바꾸려 했던 진정한 자각의 역사였습니다. 동학이 품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외침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권력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것이라는 인식은 동학농민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전봉준을 비롯한 수많은 민중은 목숨을 걸고 불의에 맞섰고 그 정신은 오늘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운동을 통해 과거를 반추함과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도 '누가 중심에 있어야 하는가'를 묻게 됩니다. 그 해답은 130여 년 전, 전주성 앞마당에 모인 수천의 백성들처럼 바로 ‘사람’입니다. 동학과 1차 동학농민운동은 조선의 고요한 땅에 울린 첫 번째 민중의 목소리였습니다.